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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장애를 가진 자녀 대신해 모든 것을 해주는 부모는 옳을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2-23 조회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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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시청각장애인의 교육으로 살펴본, 교육의 목적과 삶에 대한 인식
가르치기 어려운 아이들, 배우기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 이들은 가르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마다 특별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특별한 아이들의 평범한 삶을 위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의식의 변화가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수 있을지 고민의 한 조각을 나누어 본다.

눈과 귀에 모두 장애를 가지는 경우를 ‘시청각장애’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Deaf-Blind’라고 하며 하나의 장애유형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장애유형이다. 하지만 시각장애를 먼저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청각장애를 추가로 가질 수도 있고, 청각장애를 먼저 가지고 있다가 시각장애를 추가로 가질 수도 있듯이 시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은 우리 주변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시청각장애를 가진 A(10)는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눈은 시력을 모두 상실한 ‘전맹’이고, 귀도 전혀 듣지 못한다. 시청각장애의 유형 중에서도 가장 정도가 심한 ‘전맹전농(전혀 보지고 못하고 전혀 듣지도 못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을 해도 듣지 못하고 수어를 해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촉감을 활용하여 교육을 하게 된다.

A를 지도한 특수교사는 A가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을 때까지 촉감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교육했다. 먼저 A가 사용하는 책상의 모서리 부분에 골판지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놓고, 그 스티커를 만지게 하여 그 바로 밑에 휴지통이 있다는 것을 교육했다. ‘쓰레기를 버린다’는 행위 자체를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골판지 느낌의 스티커가 있는 위치에는 휴지통이 있다’라는 인식을 하기까지 많은 반복을 거치게 된다.  

 또 급식시간에는 식판의 반찬 부분에 서로 다른 모양의 스티커를 붙였다. 동그라미, 네모, 세모, 별표 등 다양한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놓고 그걸 A가 만지게 하면서 밥을 먹는데, 반복된 교육을 통해 A가 좋아하는 음식의 스티커가 무엇인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의 스티커가 무엇인지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한다.  

특수교사의 촉감을 활용한 이 교육방법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A의 ‘좋아하는’과 ‘싫어하는’ 의사를 파악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특수교사의 교육처럼 반복을 통해 기다려 주면서 A의 의사나 기분이 어떠한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과 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 학기가 끝나갈 즈음에 A는 촉감을 통해 학습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었고, 휴지통에 쓰레기를 버린다거나 식사를 할 때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스스로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시청각장애로 인해 의사소통조차 쉽지 않은 환경임을 감안해 본다면 특수교사의 촉감 활용한 수업은 적지 않은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되어 특수교사는 한 학기동안 촉감을 활용하여 학습한 교육방법을 A의 부모에게 전달했다. 방학동안 집에서도 촉감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꾸준히 생활해주면 좋겠다는 의견과 함께. 

그런데 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어 특수교사가 다시 만난 A는 방학을 맞이할 때의 A가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 학기 초반의 모습이었다. 촉감을 활용하여 학습하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다. A의 부모는 방학동안 A에게 촉감을 활용한 방법으로 생활하지 않았던 것이다. 

A가 코를 풀어서 쓰레기가 생기면 A의 부모가 코를 푼 휴지를 받아서 ‘대신’ 쓰레기통에 버렸다. 식사시간이 되어 A가 숟가락으로 밥을 뜨면 A의 부모가 거기에 반찬을 ‘대신’ 올려 놓는다. 촉감을 활용해 A가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하지 않고 부모가 대신 다 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방학동안 촉감을 활용하지 않고 부모가 대신 해주는 생활에 다시 적응이 된 A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장애인복지가 이전보다 많이 발전했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장애에 대한 인식은 폐쇄적인 게 종종 눈에 띈다. 특수교사나 치료사 등 관련 종사자들이 아무리 좋은 교육방법을 개발하여 장애학생에게 적용한다고 해도, 장애학생의 가족이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A가 전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니까 뭐든지 대신 해주려고 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 쓰레기통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준다고 해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찾아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식사를 하더라도 자녀가 무조건 맛있는 음식을 배불러 먹이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일 수 있어도 자녀가 스스로 음식을 구분해서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부모가 자녀를 대신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언제까지나 부모나 주변 사람이 대신 해주려고만 한다면, 그 장애인은 나중에 어떻게 자립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그 대신 해주었던 사람들과 함께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계속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경향까지 생길 수도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한다느니, 제도적 지원을 마련한다느니 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장애인 가족이 지닌 부정적이고 폐쇄적인 인식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있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 CRPD)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패러다임을 ‘대리’에서 ‘지원’으로 정하고 있다. 장애인을 무조건 대신하거나 대리해야 하는 존재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이 자립생활이든 무엇이든 스스로 주도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A의 부모가 특수교사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방학동안 촉감을 활용한 방법으로 생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새로운 학기에는 쓰레기를 버리거나 식사를 하는 것 외에 또 다른 것을 배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눈과 귀라는 두 감각기관에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천천히 하나씩 배워나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가 그렇게 하지 않은 덕분에 A는 오히려 달팽이보다 더 느린 걸음으로 가고 있다. 아니, 달팽이보다 느린 게 아니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런 사례를 접할 때마다 참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물론 가족 구성원 중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어도 자연스럽게 이를 오픈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가족도 있다. A의 사례가 모든 장애인 가족에 해당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마인드를 가진 가족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만큼, 장애인이 하루빨리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장애에 대한 부정적이고 폐쇄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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