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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말의 힘''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말'' 해주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3-02 조회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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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미국 엄마의 일상 육아노력 - '말'
언어인류학에는 사피어 워프 가설(The Sapir-Whorf Hypothesis)이라고 하는 유명한 학설이 있다.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결정하거나 인간의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다. 이 학설을 주장한 워프는 화재보험 회사에서 일 한 경험이 있는데 이 때 그의 경험이 이 학설을 뒷받침하는데 일부 사용되기도 했다. 그가 화재 원인을 조사하던 중 발견한 한 사실은 이런 지점에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한 일터에서 더 폭발 위험이 강한 인화성 가스가 남아있는 드럼통은 약간의 가스만 남아있던 까닭에 편의상 빈 통(empty gasoline drums)이라고 부르고 가솔린이 담겨져 있던 통은 가솔린 통(gasoline drums)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자 사실상 폭발 위험이 더 높던 '빈 통' 앞에서는 인부들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담배를 피운다든가 인화성 물질을 가까이 둔다든가 하는 안전불감증 적인 행동을 많이 하였다고 한다. '비었다'(empty)라는 단어가 인부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물론 사피어 워프 가설은 후에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가설이지만 이 가설이 인간의 언어와 사고, 행동 양식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류학자로서의 나는 차치하고 엄마로서의 나는 확실히 사피어 워프 가설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어떤 주제나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이름을 붙이고 나면 아이들의 행동과 의견도 묘하게 바뀌는 것을 자주 느끼곤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꾸 탄산 음료에 관심을 갖길래 나도 모르게 한국이름이나 영어이름 대신 ‘목아파 주스(마시면 탄산 때문에 목이 따가울 수 있으니까)’라고 부르기 시작하자 묘하게 아이들은 탄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물론 이름 자체보다도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엄마의 의견이 강하게 드러나서 이에 아이들이 영향을 받는 탓이겠지만 소위 말해 ‘말’에, ‘언어’에 힘이 있다는 사실을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아이들 앞에서 무언가를 명명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더욱 조심스러운 일이 되어간다. 미국에 살다 보니 한국어 표현 영어 표현의 차이와 그 안에 담긴 사고의 상이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미국의 아이들은 형제 자매 끼리 모두 서로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나는 작은 아이에게 꼭 큰 아이를 한국어로 오빠라고 부르게 한다. 위계질서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둘밖에 없는 형제자매끼리 서로를 소중한 내 하나밖에 없는 오빠와 동생으로 인식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큰 아이도 가끔씩 동생을 이름대신 “동생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출을 하거나 여행을 가면 오빠 손을 꼭잡고 다니는 작은 아이. 남매가 우애좋게 서로를 위하며 자라면 좋겠다. ⓒ이은

그 밖에도 장난으로라도 친구들을 나쁜 별명으로 부르는 일은 절대 없도록 지도한다. 이름 속에 그 친구의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친구에 대해서 말할 때도 항상 좋은 면을 중심으로 묘사하도록 노력한다. 외모나 인종보다는 그 아이의 장점을 기억하도록 유도한다. 예컨대 아이가 “엄마, 우리 반 친구 마이클 기억나요 ?” 하면 무심결에라도 “아, 그 통통한 친구?”하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아, 그 노래 잘 부르는 친구?”라고 대답한다. 작은 아이가 싫어하는 일요일(다음 날부터 다시 등원을 해야하는 까닭이다)은 일요일 대신 아이스크림의 날이라고 부른다. 일요일 낮에는 아이스크림을 꼭 먹기 때문에 작은 아이는 아이스크림의 날을 전보다 훨씬 좋아하게 되었다. 그 밖에도 주사를 맞는 날은 씩씩하게 “병균과 싸우는 훈련 받는 날” 같은 말들로 부르면서 부정적인 감정정을 줄이려 노력한다.

세상에는 좋은 것들만 있을 수도 없고 그렇게 되기도 사실 힘들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이름, 좋은 언어로 세상을 그려주고 싶다. 언어와 말에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리고 그 힘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 예쁜 세상, 재미있는 세상을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한국과 미국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 미국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마치고 현재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낙천적인 엄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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